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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일본 드라마라고 쓰긴 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, 넷플릭스와 TV도쿄가 공동으로 제작했다고 한다. 시즌1이 총12회로 이루어져 있고 한 회당 러닝타임은 24분이다. 주인공 칸타로는 영업사원인데, 더 많은 디저트를 맛보겠다는 일념으로 영업업무를 총알같이 해치우고 남는 시간을 만들어 도쿄 곳곳의 디저트를 맛보러 다닌다. 


  언뜻 보면 이 드라마는 <고독한 미식가>를 약간 변형한 시리즈 중 하나인 것만 같다. 단언하기는 어려우나 <고독한 미식가>가 흥행한 후 <고독한 미식가>의 컨셉을 차용한 일본 드라마가 많이 생겨났다. 주변의 다른 인물은 조명하지 않고 단독 주인공을 내세우면서, 그 주인공이 식사를 하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을 좇는 드라마 말이다. 개중 꽤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리즈로는 젊은 회사원이 퇴근 후 술과 안주를 먹으러 다니는 <와카코와 술>(시즌 3까지 나옴)이 떠오르고, 그 외에도 어떤 대학생 집에 얹혀 살게 된 야쿠자가 집주인인 대학생과 매회 일본식 집밥을 해먹는 <협반 ~남자의 밥~>, 남편의 업무 때문에 혼자 살면서 하루하루 겨우 끼니를 해결하는 주부 이야기인 <하나씨의 간단요리>, 은퇴한 샐러리맨이 대낮에 맛집을 찾아다닌다는 <방랑의 미식가> 등등등... 이런 컨셉의 드라마가 거의 분기별로 하나씩은 나오는 것 같다.



[<와카코와 술>의 한 장면. 주인공 와카코는 맛있는 술을 마시고 나면 항상 푸슈~하는 소리를 낸다.]



  넷플릭스에 <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(이하 칸타로)>이 처음 올라왔을 때도 <고독한 미식가>류의 드라마겠거니 생각하였다.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서 이 드라마가 '아류작에 불과할 것이다'든가 '그저 그런 복사판'이겠거니 하고 여겼다는 뜻은 아니다. 예를 들어 나는 <고독한 미식가>를 좋아하지만 <와카코와 술>도 좋아한다. 그 둘의 매력은 다른 데에 있고, 각각이 가진 특유의 장점은 서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. 어쨌든 <고독한 미식가> 카테고리에 <칸타로>를 넣고 짬짬이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. 그런데 <칸타로>가 <고독한 미식가>류의 드라마라고 생각했던 것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.


  일례로 <고독한 미식가>와 <심야식당>을 비교해보면, 그 둘은 음식을 비중있게 다룬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 서사를 끌고 나가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. <고독한 미식가>에는 사실상 회차마다 쌓여나가는 서사라는 것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. 주인공에 대한 설정은 최소한으로 이루어져 있으며, 그의 먹방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. 주인공이 진행하는 내면의 나레이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도 음식에 대한 설명+음식이 주인공에게 지니는 의미(피로를 해소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줌) 정도이다. 블로그의 맛집 포스팅을 고퀄의 영상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. 그러니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어쩌면 고로상이 아니고 각 회의 음식일 수도 있다. 그에 비해 <심야식당>은 서사를 보여주려고 하는 편이다. 여기서 서사의 주인공은 심야식당에 들르는 손님들인데, 넓게 보면 이 이야기들이 연결되는 면도 있지만 일단은 매회 다른 인물의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. 이 이야기들은 한 회 안에 전부 설명이 되어야 하므로 꽤 축약되어 있다. 여기서 매회 등장하는 '음식'의 역할이 <고독한 미식가>에서와 판이하게 다른데, <심야식당>에서 등장하는 음식은 별개의 주인공이 있는 어떤 하나의 서사에서 중요한 축이 되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주인공은 아니기 때문이다. 즉, <심야식당>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매회 제시되는 이야기에 어떤 기여를 해야만(또는 하기 때문에) 의미가 있는 반면, <고독한 미식가>는 '주인공이 뫄뫄라는 음식을 먹는다'는 것 자체로 에피소드가 성립한다는 점이 판이하게 다른 셈이다. 이렇게 보면 <고독한 미식가>와 <심야식당>이 같은 계열의 드라마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.


  <칸타로>가 둘 중 어디에 가깝냐고 한다면 <고독한 미식가>일 것이다. 그렇지만 <칸타로>는 캐릭터들에 대한 세부 설정이 아주 정교한 편이고, 그 점에서 먹방을 보는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. '주인공 칸타로는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다'는 것을 단순하게 전제하지 않고, '왜' 디저트를(정확히는 단 음식을) 좋아하게 되었는가, '어떻게' 디저트를 먹으러 다닐 수 있는 삶의 양태를 만들게 되었는가 등을 에피소드들을 통해 재밌게 풀어나간다. 그리고 칸타로의 중요한 정체성은 2가지, 즉 디저트를 좋아한다는 점과 '샐러리맨'이라는 점인데, 드라마는 '샐러리맨'으로서의 그의 삶이 디저트를 먹으러 다니는 취미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도 보여주고 있다. 그래서 서브 주인공들도 거의 다 회사 사람들인데, 그 회사 사람들과 칸타로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나가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. <고독한 미식가>가 '먹방 드라마'에 그친다면, <칸타로>는 그 이상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.




[서브 주인공들의 컷이다. 위부터 신입 칸타로를 의심하는 동료직원, 칸타로에게서 영업왕의 자질을 보고 예뻐하는 상사, 칸타로에게 실적 1등을 빼앗긴 라이벌이다.]



  단점은......... 일드 특유의 과장된 연기+설정+병맛 모션이 난무한다는 점이다. 사실 이는 완전히 단점이라고 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텐데, 이런 과장된 설정을 하나의 이유로 삼아 일드를 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. 나로서는... 전반적으로는 견딜 만했고, 어떤 회차에서는 그 과도함이 너무 심해서 힘들었다(이 점에서 9회는 보기 어려웠다). 그래도 이것이 드라마를 애초에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는 못 된다고 생각한다.(그렇다고 해도 드라마 자체의 병맛(...) 정도가 아주 높은 편에 속하긴 한다.)


  그 외에도 디저트 촬영이 아주 훌륭하다는 점, 또 일본에만 있는 디저트(한천을 이용한 안미쓰나 마메칸, 오하기 등)를 비롯해 다양한 디저트를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볼 만하다. 이런 류의 짧은 시리즈(한 회가 30분 미만, 1시즌이 15회 전후)는 장편 드라마에 비해서 무엇을 지향하고 무엇을 포기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게 성공을 판가름한다고 생각하는데, 이런 점에서 영리하게 구성되어 있는 <칸타로>에 높은 점수를 준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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