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서울, 압구정] 설후야연 저녁상 1부
1월에 방문했던 설후야연. 미리 시간과 좌식 자리를 예약하고 방문하였다. 6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도착했을 때는 손님이 거의 없었고 1시간쯤 지나니 굉장히 붐비었던 듯하다.
저녁상 1부는 17:30-21:00이며 가격은 1인 45,000원이다. 기본 안주 3가지가 그때마다 고정적으로 나오고, 선택 안주는 1인 3개씩, 그러니 나같은 경우 2인이 방문하여 6가지를 고를 수 있었다. 여기에 주류 1인 1메뉴가 더해진다.
우선 주류와 기본 안주가 세팅된다.
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콩죽, 편육, 김부각이 기본 안주였다. 주류로는 내가 소곡주, 남자친구가 문경토닉(사과주인 문경바람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)을 시켰다.
편육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던 듯하다(같이 먹을 수 있게 새우젓과 장아찌같은 게 나왔는데, 차라리 콩죽과 함께 나왔다면 어땠을까?). 반면 콩죽과 김부각이 엄청났다. 콩죽은 사진에 보이듯 질감이 느껴지도록 간 콩과 고기 및 나머지 부재료가 참 잘어울렸다. 씹는 질감도 다양하게 변주를 준 데다가 맛도 서로 잘 어울려서,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. 김부각은 이렇게 사진으로만은 표현되지 않는데, 너무 느끼하지도 짜지도 않으면서 튀김옷으로 입힌 찹쌀(?)과 부드럽게 씹히는 것이 아주 훌륭했다.
주류 두 가지도 좋았는데, 음식과의 페어링 측면으로 보자면 소곡주가 훨씬 입에 잘 감겼지만 그 자체로 대단한 점은 없는 반면, 문경토닉은 음식을 거의 다 먹은 후에 마무리로 마셨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. 그렇다고 술이 별로라는 건 아니다. 사과향이 어떻게 이리 은은하게 나는지!!(문경바람 언젠가 꼭 쟁여두리..) 페어링으로는 비추천.
그 후에 선택 안주가 차례차례 나왔다.
역시나 정확한 메뉴명이 기억나지는 않지만;; 위부터 매생이전, 닭고기 만두, 오늘의 메뉴인 단새우, 육전, 문어 숙회, 박대구이, (아직 사진을 올리지 않은) 닭온반이다. 쓰고 보니 메뉴가 7개인데, 매생이전이 기본 안주였나보다.
기대를 했던 박대구이, 또 만두가 의외로 평범한 편이었고(그렇다고 해도 만듦새는 너무 좋았다), 좋았던 건 나머지 넷인데, 좋았던 순으로 줄세우기가 쉽지 않으나 1등은 단연 단새우였다. 종종 단새우를 초밥으로 먹어보기도 했는데 입에서 이 정도로 녹는 단새우는 처음이었다. 얼음을 깔아 세탕한 것도 한 수 였던듯. 매생이 굴전도 육전도 언뜻 보면 평범한 메뉴일 수 있는데,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과 전문가가 만드는 것의 극한 차이를 보여주었던 사례라고 하겠다. 문어숙회도 좋았는데 이것도 단새우처럼 요리라고 하기 어려울 수 있겠으나, 좋은 재료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내는 것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 같다.
끝으로 온반이 나왔는데 이 메뉴만 시간이 꽤 걸렸다. 나머지 다 나온 후 이 메뉴가 나오는데 30분 이상은 걸린 듯. 주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라고.. 의외로 앞의 메뉴들로 배가 많이 불러서 온반을 다 먹지는 못했다.
그리고 주류를 추가하여 풍정사계 하(여름)를 시켰는데, 내 취향에 너무나 맞았다. 풍정사계 춘은 클래식하게 누구의 마음에나 들 맛이라면 하는 개성이 강한 편이었는데, 예를 들어 내가 두고두고 자주 마실 술로 춘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춘을 사서 마시다보면, 그 개성이 자꾸 떠올라서 하도 사서 쟁여두고 번갈아 마시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!! (결론: 문경바람, 풍정사계 춘과 하를 쟁이고 싶다.)
전반적으로 음식은 마음에 들었으나, 서비스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. 좌식 자리 사이드의 한쪽에 반상을 쌓아놓은게 잘 이해되지 않았고,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직원들이 떠드는 소리가 신경이 쓰일정도로 계속하여 들렸다. 식당 자체가 웃고 떠들고 시끄러운 분위기가 아니었는데... 2부가 궁금해서 다음에도 방문하고 싶기는 한데, 그 때는 좌식이 아니라 입식 테이블에, 좀 구석 자리로 가면 나을런지 모르겠다.
전체적인 소감 정리
- 예산에 비해 훌륭한 주안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. 특히 외국친구를 데려가면 굉장히 좋아하지 않을까!
- 술은 식사 페어링으로는 전통주를 추천하며, 추가로 주문해서 문경토닉 꼭 마셔보세요!!!!!
- 식사를 총 2시간 남짓 한 것 같은데 2인 이상 가도 담소를 나누며 즐기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.
- 서비스가 꽤 많이 아쉬웠고..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어쩔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.
- 제 총평은 '이것저것 따져본다면 만족한 편. (다른 시간대와 자리로) 방문의사 있음' 입니다.